어제 저녁, 아이가 국어 문제집 두 장을 4분 만에 덮었습니다.
“다 했어” 하는 얼굴이 어찌나 당당하던지 저도 잠깐 뿌듯했어요.
그런데 채점을 해보니 여덟 문제 중 다섯 개가 틀려 있더라고요.
이상한 건 그다음이었습니다.
틀린 문제를 소리 내서 다시 읽어보라고 했더니, 아이가 30초 만에 정답을 골라냈어요.
몰라서 틀린 게 아니었다는 뜻이죠.
공교롭게도 바로 그날 오후, OECD가 3년 만의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그 안에 제가 어젯밤 식탁에서 본 장면이 거의 그대로 들어 있었어요.
OECD가 이런 아이들에게 붙여 놓은 이름이 따로 있는데, 그 이름과 우리 집에서 3분이면 확인되는 신호는 아래에서 정확히 짚어 드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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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나온 성적표, 숫자부터 짧게
OECD는 2026년 9월 8일 PISA 2025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만 15세 학생을 대상으로 3년마다 하는 조사이고, 우리나라에서는 196개교 6,859명이 응시했어요.
읽기 501점, 수학 522점, 과학 526점.
세 영역 모두 OECD 평균보다 높고, 여전히 상위권입니다.
문제는 읽기 한 곳이었어요.
2022년 515점에서 501점으로, 3년 만에 14점이 내려갔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14점보다 그 아래 숫자가 더 마음에 걸렸어요.
가장 낮은 단계인 ‘1수준 이하’ 학생 비율이 14.7%에서 17.8%로 늘었습니다.
반대로 최상위인 ‘5수준 이상’은 13.3%에서 10.3%로 줄었고요.
평균이 조금 내려간 게 아니라, 아래쪽이 두꺼워지고 위쪽이 얇아진 모양입니다.
🤔 “우리 아이는 책 많이 읽는데요?” — 여기서부터 갈립니다
저도 제일 먼저 든 생각이 그거였어요.
그런데 자료를 들여다보니 아이들이 갈리는 지점이 따로 있었습니다.
읽은 양이 아니라 읽는 방식에서 갈리더라고요.
먼저 학교 시험을 잘 보는 아이도 안심할 수는 없었어요.
초등 단원평가는 배운 범위 안에서 나오니까, 지문을 대충 훑어도 아는 내용으로 메울 수 있거든요.
반대로 처음 보는 긴 글에서 근거를 찾아야 하는 문제는 그 요령이 통하지 않습니다.
책을 많이 읽는 아이도 마찬가지였어요.
좋아하는 시리즈물만 빠르게 넘기는 독서는 ‘아는 이야기를 확인하는 읽기’에 가깝습니다.
낯선 문장 앞에서 속도를 늦추는 연습은 거기서 잘 생기지 않아요.
OECD도 이번 결과를 두고 디지털 환경, 길어진 화면 사용 시간, 즐거움을 위한 독서의 감소가 문해력 하락과 나란히 나타났다고 짚었습니다.
교육부 역시 숏폼과 SNS가 읽기에 대한 동기와 태도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고요.
숏폼이 나쁘다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에요.
하루 종일 ‘3초 안에 판단하고 넘기는’ 화면에 익숙해진 눈이, 국어 지문 앞에서만 갑자기 느려지기는 어렵다는 뜻입니다.
⏱️ 못 읽어서가 아니라, 끝까지 안 읽어서였습니다
이번 조사에서 눈에 띈 건 정답률이 아니라 아이들이 문제를 푼 시간 기록이었어요.
PISA는 컴퓨터로 시험을 보기 때문에, 한 문항에 몇 초를 머물렀는지가 그대로 남습니다.
그 기록을 열어보니 지문을 충분히 처리하지 않고 너무 빨리 답을 눌러 틀린 아이들이 뚜렷하게 잡혔습니다.
읽을 줄 몰라서 틀린 게 아니라, 읽다 말고 답한 아이들이요.
제가 어젯밤 식탁에서 본 게 딱 이 장면이었어요.
실력이 없었던 게 아니라 멈추는 습관이 없었던 겁니다.
🔑 OECD가 이 아이들에게 붙인 이름, 그리고 3분 확인법
OECD가 붙인 이름은 ‘성급한 독자(hasty readers)’입니다.
그리고 이 비율이 이번에 이렇게 나왔어요.
성급한 독자 비율 : 2018년 6.6% → 2025년 11.4%
7년 만에 거의 두 배 (OECD 35개국 평균)
같은 기간 정확하고 유창하게 읽는 학생 비율은 약 7%포인트 줄었습니다.
열 명 중 한 명 이상이, 읽는 능력과 상관없이 ‘끝까지 안 읽어서’ 틀리고 있다는 이야기예요.
그럼 우리 아이는 어느 쪽일까요.
저는 어젯밤에 이렇게 해봤고, 3분이면 충분했습니다.
① 틀린 문제를 그 자리에서 다시 읽히기
가르치지 말고 소리 내서 한 번만 다시 읽게 해보세요.
여기서 스스로 고치는 문제가 절반을 넘으면, 실력 문제가 아니라 속도 문제입니다.
② 문제 푸는 데 걸린 시간 재보기
국어 지문 한 쪽에 3분이 채 안 걸린다면 눈이 글을 건너뛰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③ “어디에 그렇게 써 있었어?” 한 번 물어보기
답을 맞혔더라도 근거 문장을 짚지 못하면 찍은 것에 가까워요.
고치는 방법은 단순했어요.
문제집을 한 권 더 사는 게 아니라, 지문에 연필로 밑줄 하나를 긋게 하는 거예요.
답의 근거가 된 문장에 밑줄을 치고 답하게 하면 아이는 그 지문으로 반드시 돌아가야 합니다.
어젯밤에 이것만 시켰더니, 4분 만에 덮던 두 장을 11분 동안 붙잡고 있더라고요.
느려진 게 아니라 이제야 읽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 더 알아두면 좋아요
• PISA는 만 15세 대상이지만, 읽기 태도가 굳어지는 시기는 그보다 훨씬 앞입니다 — 지금 초등 4학년인 아이가 이 조사를 받는 해는 2031년입니다.
• 새로 도입된 ‘디지털 세계에서의 학습’ 영역에서 우리 아이들의 컴퓨팅 문제해결력은 538점으로 OECD 평균 500점을 크게 웃돌았습니다 — 기기를 못 다뤄서 생긴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에요 (OECD, 2026).
• OECD 평균 읽기 점수는 2015년 489점에서 2025년 461점으로 내려갔습니다 — 한 나라의 사정이 아닙니다 (OECD PISA 2025).
💛 코지맘의 생각
저는 이 뉴스를 보고 처음엔 책을 더 읽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자료를 넘겨보니 순서가 반대더라고요.
읽는 양을 늘리기 전에, 한 문장 앞에서 멈춰 서는 힘부터 돌려줘야 했습니다.
빨리 끝내고 놀고 싶은 마음은 아이 잘못이 아니에요.
3초마다 넘어가는 화면을 하루 종일 보고 온 아이에게, 우리는 갑자기 열 줄짜리 지문을 내밀고 있는 거니까요.
문제집을 늘리는 대신 밑줄 하나를 늘려보시는 건 어떨까요 💛
다만 저도 못 푼 숙제가 하나 남았어요.
문제집에는 밑줄을 긋는데, 좋아하는 책은 여전히 훌훌 넘기더라고요.
그것까지 느리게 만들면 책을 싫어할 것 같아 아직 지켜보는 중입니다.
오늘 저녁에 딱 하나만 해보신다면, 아이가 오늘 틀린 문제 하나를 다시 읽혀보세요.
그 자리에서 답이 바뀐다면, 우리 아이에게 필요한 건 학원이 아니라 3분이라는 뜻이니까요.
📚 참고 자료
• OECD,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 2025 결과」, 2026.9.8 발표
• 교육부, 「OECD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 2025 결과 발표」 보도자료, 2026.9.8
• OECD, PISA 2025 혁신 영역 「디지털 세계에서의 학습(Learning in the Digital World)」,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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