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째 그림 그리기도 안 하고, 좋아하던 만화책도 안 펼치고, 소파에만 늘어져 있는 아이를 보신 적 있으신가요.
“사춘기 오나 보다” 하고 넘기다가도, 문득 마음 한구석이 서늘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저도 둘째가 초5 겨울에 딱 그랬어요.
말수가 줄고 표정이 없어지길래 처음엔 게을러진 줄로만 알았습니다.
오늘은 그때 제가 직접 찾아보고 물어봤던 것들을, 요즘 초4~중1 엄마들이 가장 많이 묻는 질문 5가지로 정리해 봅니다.
Q1. 사춘기라서 그런 건지,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 어떻게 구분하나요?
사춘기 무드는 대개 ‘기복’이 있습니다.
어제는 시큰둥했다가 오늘은 친구 얘기에 깔깔 웃는 식으로 감정이 오르내려요.
반면 걱정해야 할 신호는 ‘기복 없이 가라앉은 상태가 계속되는 것’입니다.
좋아하던 것에도 흥미가 안 생기고, 밥맛도 없고, 잠도 못 자거나 너무 많이 자는 상태가 겹쳐서 나타나는지를 봐주세요.
기분이 오르내리면 사춘기, 계속 가라앉아 있으면 다른 신호일 가능성을 열어두시면 됩니다.
Q2. 며칠 정도 계속되면 그냥 넘기지 말아야 하나요?
질병관리청은 청소년 우울감을 ‘최근 12개월 중 2주 내내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슬프거나 절망감을 느낀 적이 있는지’로 정의합니다.
즉 하루이틀의 기분 저하가 아니라 ‘2주 연속’이 하나의 기준선이라는 뜻이에요.
2024년 조사에서 중·고등학생의 우울감 경험률은 27.7%로 전년(26.0%) 대비 1.7%p 늘었고, 그중 중학생이 27.9%로 고등학생(27.5%)보다 오히려 높았습니다.
이 조사는 중1부터를 대상으로 하지만, 중1 진입 시점의 수치가 이미 높다는 건 초4~6 학부모도 눈여겨볼 만한 부분입니다.
Q3. 성적·시험 스트레스 때문일 수도 있나요?
네, 초4~중1은 학습량과 평가가 갑자기 늘어나는 시기라 스트레스가 무기력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이때 “시험 때문이야?”라고 바로 묻기보다는, 하루 일과 중 언제 표정이 가장 어두워지는지를 먼저 관찰해 보세요.
학원 다녀온 직후인지, 숙제 앞에서인지에 따라 원인이 갈립니다.
원인을 짚고 나면 “그 시간이 힘들었구나”라고 구체적으로 말을 걸 수 있어 아이도 더 쉽게 마음을 엽니다.
💛 코지맘의 생각
그때 제가 제일 후회했던 건 “왜 그래, 무슨 일 있어?”를 너무 여러 번 물었던 거예요.
아이 입장에서는 그 질문 자체가 추궁처럼 느껴졌던 것 같아요.
대신 “오늘 저녁 반찬 뭐 먹고 싶어” 같은 사소한 질문으로 말문을 트고, 대답이 돌아오면 그 흐름을 타고 조금씩 깊은 얘기로 넘어가는 게 훨씬 잘 통했습니다.
Q4. “괜찮아”라는 말만 하고 입을 닫는 아이, 어떻게 다가가야 하나요?
“괜찮아”는 진짜 괜찮다는 뜻이 아니라 “지금은 말하고 싶지 않다”는 뜻일 때가 많습니다.
이럴 땐 그 자리에서 답을 받아내려 하지 말고, 문 앞에 간식을 놓아두거나 짧은 메모를 남기는 식으로 ‘기다리고 있다’는 신호만 남겨두세요.
실제로 아이들은 부모가 옆에서 말없이 같이 있어주는 시간(설거지하며, 차 타고 이동하며) 동안 오히려 먼저 말을 꺼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화의 문을 여는 열쇠는 질문이 아니라 ‘같이 있어주는 시간’인 경우가 많다는 걸 기억해 주세요.
Q5. 전문가 상담이 필요한 신호는 뭔가요, 어디에 연락하면 되나요?
다음 중 2개 이상이 2주 넘게 겹치면 담임 선생님이나 전문기관과 상의하시길 권합니다.
① 좋아하던 활동에 완전히 흥미를 잃음 ② 식욕·수면이 뚜렷하게 변함 ③ “나는 쓸모없다” 같은 자기비하 표현 ④ 또래 관계를 전부 끊음 ⑤ 이유 없는 신체 통증 호소가 잦아짐입니다.
상담이 필요할 때는 상황에 따라 창구를 다르게 고르시면 됩니다.
학교생활 중 눈에 띄는 변화라면 담임 선생님이나 학교 안 Wee클래스(전국 초중고 배치, 무료), 좀 더 깊은 상담이 필요하다면 청소년상담복지센터(전화 1388), 위기 신호가 뚜렷하다면 정신건강 위기상담전화(1577-0199)로 바로 연결하시면 됩니다.
🔍 더 알아두면 좋아요
· 중·고생 우울감 경험률 27.7%, 그중 중학생 27.9% (질병관리청, 2024년 제20차 청소년건강행태조사)
· 성별 차이: 여학생 32.5% vs 남학생 23.1% (질병관리청, 2024)
· 우울감 판단 기준: 최근 12개월 중 2주 내내 일상생활 지장 정도로 지속 (질병관리청 정의)
· 청소년상담복지센터 1388, 정신건강 위기상담전화 1577-0199 (보건복지부)
· 전국 초중고에 배치된 Wee클래스는 담임 선생님을 통해 무료로 연계 가능 (교육부)
💛 코지맘의 생각
돌이켜보면 둘째의 그 시기는 ‘이상 신호’라기보다 ‘도와달라는 신호’였던 것 같아요.
부모가 먼저 겁먹고 다그치면 아이는 더 숨어버리더라고요.
지금 아이가 좀 가라앉아 보인다면, 원인을 캐묻기보다 먼저 옆에 있어주는 것부터 시작해 보세요.
📚 참고 자료
· 질병관리청, 「2024년(제20차) 청소년건강행태조사 결과」, 2024
· 여성가족부, 「2025 청소년 통계」, 2025
· 보건복지부, 정신건강 위기상담전화(1577-0199)·청소년상담복지센터(1388)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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